[문학기획] 금성관 천년수 은행나무 "어향 나주 천년을 품다"

'천년 역사의 지킴이' 나주시 구시가지 나주객사 금성관 은행나무

김성후 | 입력 : 2024/03/07 [18:15]

▲ 보물 금성관의 또 다른 보물은 뒤뜰의 두 그루 은행나무


나주 보호수 탐방은 금성관(보물 2307) 뒷마당에 우람하게 자리 잡은 은행나무 두 그루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다. 금성관 정청(金城館 政廳: 가운데 건물)은 조선시대 객사 건축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금성관이란 이름은 나주의 진산으로서 사랑받고 있는 금성산에서 유래한 친근한 이름이다.

 

실제로 금성관은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이 있어 전주의 풍패지관(豐沛之館, 보물 583호, 전주객사)에 이어 두 번째로 우리나라의 보물로 지정되었다. 풍패지관은 전주객사의 별칭이며 조선왕조의 발원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금성관에 인접한 옛 개천의 사마교도 1011년 고려 현종의 마차가 지나간 역사적인 다리이다. 거란의 침입을 두 차례나 격퇴한 고려 현종의 네 마리 말이 이끈 행차가 지나간 다리라는 뜻에서 사마교라고 불린다. 지금은 현장의 가로수 느티나무 아래에 화강암에 새긴 ‘사마교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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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현종이 행차한 금성관 옆 사마교 다리   

■ 전라남도 ‘나주’는 전주와 더불어 전라도 명칭을 낳은 중심도시

 

고려의 성군으로 알려진 현종은 거란을 패퇴시킨 후 1018년에는 전라도로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나라의 기틀을 잡은 후 오늘에 이른다. 그래서 ‘전라도 정도 천년’이라는 행사들이 몇 년 전 2018년에는 떠들썩하게 개최된 적이 있다. 1호 객사 보물인 풍패지관도 맞배지붕인데 비해 나주 금성관은 팔작지붕을 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맞배지붕의 정청과 대비되는 희귀성을 갖는다. 그 품위와 규모도 대단하다. 금성관 입구의 2층 망화루를 들어선 순간 궁궐 같은 앞뜰의 넓이와 객사 건물의 압도적인 크기에 압도당하면서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성관은 임진왜란 이후에는 정청(政廳)으로 사용되었는데 금성관의 가운데 에 끼어 있는 본관은 임금께 충성을 맹세하는 망궐례(望闕禮) 의식를 치르는 건물이었다. 요즘의 말로 바꾸면, 지방 궁궐인 셈이었다. 동쪽의 별관으로서 본관과 붙어 있는 동익헌은 벽오헌(碧梧軒)으로 불렸는데 서쪽 서익헌과 마찬가지로 신분에 따른 숙소로 사용되었다. 즉, 동익헌과 서익헌을 사용하는 사람의 신분을 구분하였다. 하여간 금성관의 자랑거리는 우리나라의 객사 중 가장 완벽한 모습을 갖춘 점이다.

 

따라서 나주 보호수 가운데 첫 답사는 단연코 금성관 뒤뜰에 있는 거대한 두그루 은행나무부터 시작해도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은행나무는 금성관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또한 나주에서 최초로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700여 년 수령으로 최고령층의 나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굵기나 높이도 감탄을 자아내고 위치하는 장소도 나주목의 객사라는 금성관 뒤뜰이라 역사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금성관 용마루 뒷쪽으로 은행나무가 보인다.

 

은행나무는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 동안 아주 친근한 나무이다. 보호수를 뛰어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만 해도 전국에 25그루가 될 정도이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 은행나무를 들 수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수령이 무려 1,100년이나 되고 키도 가장 커서 무려 42m에 이른다. 나무의 건강과 장수를 말해 주는 줄기의 가슴높이 둘레도 14m나 되니 금성관 은행나무의 거의 두 배나 되지만 금성관 은행나무도 주위 생육여건이 아주 좋아 앞으로 천년수 이상이 충분히 될 것이다.

 

금성관 은행나무는 다른 천연기념물 은행나무처럼 여러 자격조건이 충분하니 이제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을 앞두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수형이 빼어날 뿐 아니라 쌍을 이루고 있으니 더욱더 매력적이다. 이곳 은행나무는 나주 옛읍성터 안에 있으니 접근성도 좋고 주변의 관광자원도 널려 있어 그야말로 남도 보호수 답사 1번지로도 손색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한 쌍을 이루고 있으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나무인 줄로 무심코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두 할머니 나무이다. 수많은 블로그 여행기, 생태탐방기, 일반인의 답사기에도 부부 커플로 소개하고 있는데 한번 잘못된 기록이 계속 퍼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 글도 믿을 수 없다고 여긴다면, 가을에 수관 속에서 은행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탐방길에 나서면 된다. 그래서 관심이 없어 한 번도 탐방을 안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한편, 쌍둥이 자매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똑같은 환경에서 주민의 보호를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왔기 때문에 나무간에 키와 몸매가 비슷한 것은 동조화(싱크로)를 이루었다고 할 것이다. 

 

두 나무의 키가 비슷한 것을 알아보는 방법은 금성관 정문인 망화루(望華樓)로 입장한 후, 앞마당 건너편의 웅장한 금성관의 용마루를 쳐다보는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 금성관 용마루 위로 뒷배가 되어주는 나무가 바로 이곳 은행나무 두 그루이다. 사진상으로 볼 때, 서익헌 좌측에 보이는 느티나무 두 그루는 담벼락에 붙어 더 가까이 위치하는데 원근법에 의해 그 높이가 더 높은 것 같아도 나주에서는 보호수 축에도 끼지 못한다. 

 

▲ 금성관 서익헌 옆의 담벼락에 붙은 벽오동나무

 

■ 금성관의 은행나무는 나주 진산인 금성산 아래 천지조화의 중심지

 

자주 언급되는 금성관(錦城館)은 전국적인 랜드마크이니 추가로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금성관은 여기 쌍둥이 할머니 은행나무가 200살이 될 즈음에 그 품 안에 건축되어 지금까지 보호받아왔으니까 실은 나무가 먼저이고 나무가 주체이다. 

 

사진상으로 볼 때, 금성관의 우측 동익헌은 편액이 ‘벽오헌’인데 동쪽에 벽오동나무가 있었기 때문에 명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우연히 서익헌의 서쪽 담벼락에 푸르른 벽오동나무 한 그루가 힘차게 자라고 있다. 객사 내 숙소 이름을 ‘벽오’라 붙인 것은 나주 유생들이 큰 인물로 성장하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벽오동은 봉황이 유일하게 가려서 앉는 나무이고, 봉황은 큰 인물을 상징하는 동물이므로 자부심을 갖고 사는 나주 사람들은 그 뜻을 객사 학당에 담았을 것이다. 더구나, 나주에는 ‘봉황면’이라는 전국에서 유일한 지명을 가진 읍면동도 있다. 

 

서익헌 서쪽 담벼락 바로 바깥쪽으로는 이름도 없는 느티나무 거목 두 그루도 풍성함을 자랑하고 있는데 금성관을 찾은 사람들이 막 도착한 주차장에서 이정표 겸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금성관의 앞뒤 뜰에도 여러 그루의 곰솔, 느티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가 거목이 되어 여름철에는 관광객과 탐방객들에게 음영수가 되어 짙은 녹음을 선사한다. 한여름 뙤약볕이 이글거리면 금성산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은 이곳 보호수 은행나무를 비롯해 주위의 여러 거목들을 스쳐 지나면서 상쾌함의 극치를 선사한다. 서익헌은 1894년 동학혁명 당시 동학군의 전봉준 대장이 나주 목사와 담판을 한 후 하루 저녁 잠을 자고 간 곳이기도 하다.

 

▲ 금성관 동익헌 옆 연못의 연꽃

 

동익헌 동쪽에 근래 조성된 연못에서 홍련이 7, 8월 뙤약볕에 자태를 드러내면 눈부신 그 자태가 왜 그리 대낮이라도 환상적인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 감정을 밝히려면, 중국 북송 시대의 주돈이가 연꽃을 찬양한 애련설(愛蓮說) 시를 차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향원익청(香遠益淸), 즉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다는 말은 그의 시에서 나온 의미심장한 말이다. 

 

여름 한 철, 금성산의 하늘바람이 금성관 보호수 은행나무를 거쳐 서풍이 되고 금성관의 연지에 이르러 청풍이 되는 오묘한 대자연의 이치를 ‘자연 사랑’ 탐방객들만 체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하늘과 뫼와 못은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같다. 그게 모두 조화를 이루는 곳이 금성관 은행나무의 녹음수 아래 음지와 연결된 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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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성 후 (金成厚) 전남자치일보 회장

(現)국제문화창작연구회 회장, 세종문화경제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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