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매 박 귀 월
어릴 적 추억하나? 논에는 파릇파릇한 보리와 써레질한 논과 논두렁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때쯤 동네 큰 냇가에서 돌담으로 아궁이를 만들고 불을 지펴 아직 덜 익은 보리만을 골라 구워본다.
어느 정도 익으면 손 위에 올리고 싹싹 비벼 알맹이가 나오게 한다. 손바닥은 잿빛으로 변하고, 보리알은 옥구슬 빛으로 쫄깃쫄깃 먹음직스럽게 변한다.
입 주위며 얼굴에도 까맣게 변해있지만, 열심히 비벼서 먹으면 그 고소함을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가 없다. 들판에는 무르익은 황금빛 보리밭이 펼쳐져 있고, 모내기하기 위해 논바닥은 써레질이 되어있다.
냇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선배들과 친구들이 함께 시끌벅적하게 맛있게 보리를 구워 먹는다. 보리 때 타는 거슬림. 냄새조차도 우리 몸으로 흡수하면서 열심히 구워 먹는다.
해가 질 무렵, 동네에는 집집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가 올라온다. 때가 된 듯 모두 언제 보리를 구워 먹었냐는 듯 입 주위를 닦고 각자의 집으로 달려간다. <저작권자 ⓒ 영암군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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