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보리

박귀월 | 입력 : 2023/06/05 [07:04]

▲ 보리밭 / 사진= 박귀월


     보  리

 

죽매 박 귀 월

 

 어릴 적 추억하나?

 논에는 파릇파릇한 보리와 써레질한 논과 논두렁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때쯤

 동네 큰 냇가에서 돌담으로 아궁이를 만들고 불을 지펴

 아직 덜 익은 보리만을 골라 구워본다.

 

 어느 정도 익으면 손 위에 올리고 싹싹 비벼

 알맹이가 나오게 한다.

 손바닥은 잿빛으로 변하고,

 보리알은 옥구슬 빛으로 쫄깃쫄깃

 먹음직스럽게 변한다.

 

 입 주위며 얼굴에도 까맣게 변해있지만, 열심히

 비벼서 먹으면 그 고소함을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가 없다.

 들판에는 무르익은 황금빛 보리밭이 펼쳐져 있고,

 모내기하기 위해 논바닥은 써레질이 되어있다.

 

 냇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선배들과 친구들이

 함께 시끌벅적하게 맛있게 보리를 구워 먹는다.

 보리 때 타는 거슬림. 냄새조차도 우리 몸으로

 흡수하면서 열심히 구워 먹는다.

 

 해가 질 무렵, 동네에는 집집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가 올라온다.

 때가 된 듯 모두 언제 보리를 구워 먹었냐는 듯

 입 주위를 닦고 각자의 집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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