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지시트" 비판‥합의의 본질을 외면한 비난의 합창

'팩트시트' 비판에 국익은 없다‥야당의 정쟁(政爭) 중독이 던지는 그늘
국익(國益)을 셈하지 않는 '정치적 계산'이 한미 협상 성과를 훼손하고 있다

전영태 | 입력 : 2025/11/16 [07:23]

[전영태 칼럼] 한미 간의 첨예한 논의 끝에 '조인트 팩트시트'가 확정 발표된 것은 국가적 중대사다. 통상과 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국익을 수호하고 동맹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고된 협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성과에 대한 제1야당의 반응은 실망감을 넘어선 우려를 자아낸다. 그들은 이 합의를 '팩트시트가 아닌 백지시트',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협상'이라며 폄훼했다. 대외 관계에 있어 여야가 최소한의 국익 수호라는 공통분모를 가져야 할 때, 오직 정치적 공세의 도구로 삼는 듯한 야당의 태도는 우리 사회의 성숙한 책임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조인트 팩트시트 확정 발표 삽화 

 

■ '비판을 위한 비판'이 초래하는 국익의 손실

  1. 대외 협상에 대한 근거 없는 폄하의 위험

야당은 이번 팩트시트에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백지시트'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했다. 물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사안은 마땅히 비판받고 검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외교 및 통상 협상, 특히 주요국과의 협상은 상대국의 내부 절차와 민감성을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합의문이 모든 미세한 이행 단계와 조건을 담아낼 수 없으며, 후속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이행의 영역이 남아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 협상이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업적 합리성이 입증된 투자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는 점과, 핵추진 잠수함 국내 건조 추진 등 안보 분야에서 굵직한 진전을 이뤄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본질적 성과와 안전장치는 무시한 채, 오로지 실패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는 국익 차원의 접근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마치 '일본보다 못한 협상'이라는 비판처럼, 사실관계와 동떨어진 감정적 비난에 머무를 뿐이다.

 

  2. 책임 있는 자세 부재와 정쟁 중독

야당은 팩트시트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라 주장하며 협상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기색마저 보이고 있다. 양해각서(MOU) 성격의 팩트시트를 두고 법률적 구속력을 따지며 정쟁화하는 것은, 협상을 이행 단계로 조속히 발전시켜야 할 시점에 오히려 국민적 피로감만 높이는 행위다.

 

진정한 책임 정치는 정권을 향한 무조건적인 공격이 아니다. 야당은 국회 협력 사안에 대해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상의 부족한 부분을 건설적인 대안을 통해 채워 넣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잘된 것은 잘됐다고 칭찬도 좀 하고" 국익을 위해 다 같이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직 정치적 지지세력의 이익만을 셈하여 협상을 '실패'로 규정짓는 태도는 정쟁 중독의 단면을 보여줄 따름이다.

 

■ 협력과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야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대외 협상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당리당략을 넘어선 초당적 협력을 요구한다. 야당의 역할은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지만, 그 견제가 국익을 훼손하거나 국력을 소모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야당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냉철한 분석과 사회적 책무를 바탕으로, 한미 팩트시트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회에서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협상 결과가 국민의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정부와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 그것이 바로 야당이 국익을 위해 취해야 할 당당하고 책임 있는 자세다. 정치적 이익이 국가적 이익보다 앞서는 순간, 그 정당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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